'신규 계약률이 점점 떨어지는데..?'
입사 후 약 반년 즈음 지났을 어느 무렵, 서서히 신규 계약률이 떨어지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상했다. 당시 매체 예산은 오히려 꾸준히 증가하고 있었고, 매일 아침 전달받는 대행사측 데일리 리포트에도 유입률에 큰 문제는 없었다. 대체 문제의 원인이 뭘지 고민하다, 하나씩 되짚어 보기로했다.
1. 진단하기
...정말 매체 광고 문제가 맞을까?
처음엔 여느때나 그랬듯 매체 광고 전환율을 의심했다. 하지만 당시 앞서 꾸준하게 진행했던 퍼포먼스 마케팅으로 나름 세일즈 포인트도 확보되어 있었고, 매체 광고를 통한 전환율 역시 그 어느때보다 높은 효율을 보이고 있었다. 이후 계속 의문을 갖고 서비스 CDJ를 따라 한 단계씩 내려가며 퍼널을 뜯어 살펴보니, 가입->계약으로 이어지는 단계에서 유난히 높아진 이탈율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 가입까지 힘겹게 도달한 고객이 모두 빠져나가고 있던 것이었다. 현상은 파악됐으니, 이제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데에 대한 객관적인 진단과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했다.
첫째, 우린 많이 어렵다.
👉 신규 유저 40%가 1.5일 내 모두 이탈하고, 남은 60% 중 또 절반이 8일 내 채 10개 내외의 페이지만을 본채 이탈한다.
자사 서비스 구조는 SNS와 유사하기에 쉽게 접근할 수는 있다. 하지만 신규 유저가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선 '시장 이해+서비스 이해+시스템 이해'를 동시에 해야할 뿐더러,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선 또 계약이라는 절차가 필요했다. B2B 서비스의 구조적인 높은 허들도 높은 이탈률에 한 몫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어려움을 인지한 고객에게 안내할 컨텐츠가 부족했다. 나조차 처음 입사 후 서비스를 하나씩 뜯어보고 공부하기 위해 짧지 않은 시간이 걸렸고, 이때 제대로 된 매뉴얼이 준비되지 않아 이해관계에 있는 담당자를 한 명씩 인터뷰하며 학습했던 기억이 난다. 이 모든 결과는 서비스 내 축적된 유입~계약까지의 데이터분석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둘째, 우린 그럼에도 무신경했다.
👉 고객이 어디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궁금해하지 않았고+접수되는 내용에 대해서만 대응했다.
개인적으로 '토스'를 좋아하는데, 어느 담당자의 인터뷰 중 '노동은 사라지지 않는다, 단지 누군가에게 넘어갈 뿐'이라는 멘트가 기억난다. 참 공감하는 말인데, 고개를 돌려 돌아보니 우리 서비스가 딱 그랬다. 부끄럽지만 당시 신규 유저를 위한 매뉴얼도, 온보딩 컨텐츠도 준비되어 있지 않았기에 머리 위 물음표를 한 가득 띄운채 찾아온 고객에게 우린 충분히 무신경했다. 결국 서비스 학습을 위한 그 모든 수고로움을 오롯이 고객에게 떠넘겼다.
셋째, 무엇보다 '충분히' 친절하지 않았다.
👉 CS 응대 시간 평균 2시간 24분, CS 담당자별 다른 톤앤매너
'친절하다'의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다는걸 안다. 그 중 난 친절함의 정의를 '내가 받고 싶은 만큼의 서비스로 고객을 먼저 궁금해하는 모든 행위'라 본다. 가령 식당에서 빈 잔에 먼저 물을 채워주는 직원분의 친절이나, 혹여 선호하거나 가리는 음식이 있는지 등을 먼저 물어보는 배려처럼 말이다. 당시 내가 직접 목격했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로는 느리거나 누락된 CS로 인해 고객이 기다리는건 태반이었고, 담당자별 톤앤매너가 달라 똑같은 날 문의해도 전혀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곤 했다는 점이다.
여기까지, 유난히 떨어진 신규 계약률을 다시 끌어올리기 위한 가설 3가지가 도출됐다. 이 3가지 가설을 실험하기 위해선 뭘 해야 할까, 싶던 도중 CRM 마케팅에 대해 알 수 있었다. 고객과의 관계를 개선해 서비스 의존도를 더욱 높이고, 최종적으론 전환율을 끌어올린다라, 안할 이유를 찾는게 더 어려웠다. 그렇게 CRM 마케터로서의 업무를 시작하게 됐다.
CRM 마케팅이란? (Customer Relationship Marketing)
'고객 관계 관리'를 말한다. 여기서의 관계는 특정 서비스를 이용하는 순간 뿐만 아니라, 서비스로 유입되기 전과 후 그리고 ~하는 모든 순간을 포함한다.
2. 점검하기
CRM을 하기 위해서 우리가 뭘 갖고 있고, 또 뭐가 필요하지?
처음부터 'CRM을 하자=돈을 써서 새 솔루션을 도입하자'는 아녔다. 처음 미팅했던 국내외 유명 CRM 솔루션의 연간 이용 요금을 보고 흠칫 놀랐던 탓도 있지만, '우리가 돈이 부족해서 고객 관계가 망가졌나?'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같다. 결국 본질은 틀어진 고객과의 관계를 바로 잡는 것이었고, 이 중심점에서 벗어나지 않되 당장 필요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을 정도로 틀을 잡았다. 무엇보다 당시 파편적으로 흩어져 있던 채널을 모두 모아보니, 생각보다 각 팀마다 사용하고 있는 툴이 꽤 있었다. 이 중 일부는 안쓰던 기능을 열고, 또 중복되는 기능은 하나로 통·폐합해 CRM 채널을 에셋화하는데에 시간을 들였다. 이후 국내 CRM 솔루션인 채널톡을 도입하게 됐고, 에셋화된 채널과 합쳐 각 채널별 어떤 역할을 맡을지 R&R을 정립했다.
3. 개선하기
고객과의 관계를 만들기 위해선 뭘 어떻게 해야 하지?
자, 이제 뭐가 문제인지는 알았다. 그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뭐가 필요하고, 어떻게 쓸지도 정했다. 남은건 CRM 마케팅 전략이었다.
첫째, 프로파일링
고객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선 가장 먼저 고객이 누군지 알아야 했다. 채널톡에서 고객명단 등 DB를 수집했고, 내부 어드민에서만 알 수 있는 정보는 채널톡 api와 연계해 자동으로 끌어올 수 있도록 개발팀을 통해 개선했다. 그 결과 CRM 메인 허브 채널인 채널톡에 접속만해도 이 고객이 언제 가입했으며 어떤 스타일의 상품을 판매중이고, 연령대나 주로 접속하는 시간대는 언제인지, 현재 이 고객의 관심도가 어느정도인지 선제적으로 인식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도 프로파일링 DB는 계속 개선->수집을 반복하며 고도화되고 있고, 경우에 따라 필요한 프로모션 방향에 맞춰 특정 세그먼트를 구분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둘째, 셀프 온보딩
부족한 학습률 개선이 '셀프 온보딩'으로 발전했던 큰 이유는 CS 누락 등의 휴먼 리소스를 줄이면서도, 브랜드가 일방적으로 전할 수 있는 피로도를 경계하자는 생각이었다. 자칫 제대로된 CRM 마케팅을 하자는 욕심이 앞서, 고객이 궁금해하지도 않는걸 알려줄 경우 피로도만 높아지겠다 싶었다. 그렇다면 관건은 '궁금해하는 고객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이후 브랜드가 개입해 스킨십을 통해 관계를 만든다'였다. 그러려면 학습할 컨텐츠가 필요했고+이를 아주 자연스럽게 건네줘야했다. 이를 위해 다소 폐쇄적인(이 부분은 시장 특성상 모두 오픈할 수 없기에) 채널인 노션을 이용해 매뉴얼을 정립했고, 이 정립된 매뉴얼을 유저의 행동에 맞춰 제안했다.(이 부분은 GTM+채널톡을 활용해 트리거와 태그를 만들었고, 이벤트정의서를 구성해 특정 버튼을 누를 때 필요한 메시지가 자동으로 노출되도록 구성했다)
셋째, 안정감
CS 응대에 있어 가장 핵심으로 생각했던 키워드가 '안정감'이었다. 사실 고객 입장에서보면 '친절함'은 고객센터에 원하는 기본 셋팅값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싶었다. 결국 고객 입장에서 내가 무언가를 물어봤을때 결국 해결되겠다라는 '안정감', 내가 겪고 있는 이 문제를 상대편 담당자가 수월히 해결해줄 수 있겠다는 '안도감'을 끌어올려야겠다 싶었다. 기술적으론 자동화 답변을 미리 등록해 마치 한 사람이 응대하는 것처럼 등록해두었고, 중간중간 말투나 화법역시 좀 더 질문자에게 안정감을 안겨줄 수 있는 단어를 골라 군데군데 배치했다.(Ex. 네->그럼요)
이후는 B2B CRM 마케터로서 준비했던 기술적 CRM 마케팅전략으로, 다음 컨텐츠에서 풀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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